* 기본소득 운동의 세계적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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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은 어떠한 심사나 노동 요구도 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조건 없는 소득”(기본소득 서울선언中)입니다. 이러한 기본소득정신은 16세기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나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와서부터,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본소득운동이 각국에서 어떻게 논의되고 있으며 그 실현을 위하여 어떤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지 알아보겠습니다.

   미국의 경우 기본소득 논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튼 프리드먼, 조지 스티글러, 제임스 토빈 등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마틴 루터 킹목사는 '빈자들의 운동 Poor People's Campaign'을 통하여 기본소득을 주장하였고, 킹목사 암살이후 1968년 1200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 서명한 경제학자들은 의회가 올해 소득보장과 보조를 위한 국가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 21세기의 모든 문명국가에서와 같이 이 나라에서도 오랫동안 시민들의 생활수준에 대한 공적 책임을 인식하여 왔다... 국가는 모든 사람에게 공식적으로 확인된 빈곤선 이상의 소득이 보장될 때가지는 자신의 임무를 다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계획의 비용은 상당하지만 국가의 경제적 재정적 능력은 이를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는다. 시민으로서 우리는 지금 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강력하게 느끼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1969년 닉슨대통령은 기본소득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안(FAP)을 의회에 제출하였고 1970.4.15일 하원을 통과했지만 같은 해 11.20일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부결되었습니다. 닉슨대통령은 수정된 FAP법안을 1972년 다시 제출했지만 이 수정안도 하원을 통과하였으나 상원에서 10표 차이로 다시 부결되었습니다. 또한 1972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조지 맥거번은 더욱 강력한 기본소득을 공약에 내걸었으나 닉슨에 패배하였고 이후 미국의 정치영역에서는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2006년 민주당 필너의원이 어른 1인당 2,000달러와 아동 1인당 1,000달러의 환급가능세금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입법에는 실패)한 바 있고, 오레곤주에서는 토지세를 거두어 주민배당을 실시하자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하는 등 도입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알래스카에서는 석유를 중심으로 한 자원세의 50%를 알래스카영구기금에 적립하고 있는데 이 기금의 수익을 1년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들에게 동일한 금액 - 1982년 1,000달러로 시작하여 2008년에는 3,269달러 - 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알래스카의 지니계수는 미국의 50개주중 최저인 0.403으로 가장 평등한 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핀란드
는 복지의 천국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핀란드의 복지체계도 다른 유형의 복지체계처럼 노동자의 보험 기여에 정부의 재정지원이 보완되는 노동연계적인 복지 패러다임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 패러다임에 의하면 과거와 현재 또는 미래의 노동을 통해 전체 복지에 '기여'하는 또는 '기여할' 사람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로 실업자와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점차 늘어나 노동연계적인 복지패러다임으로는 기존의 복지체계의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에 닥쳐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학계는 물론이고 녹색당과 좌파연합 등 정치권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나 집권당인 사회민주당과 노동조합이 기본소득은 비용이 많이 들고 복지의 근본원천인 고용과 노동소득 연계 급여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반대하여 아직 법제화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3년 여론조사 결과 찬성율이 54%(청년층은 약80%)에 이르는 등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아동수당과 최소보장연금제 등 손쉽게 기본소득으로 통폐합될 수 있는 복지제도와 재정적 기반을 갖추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도 1970년대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시작되었으나 본격적으로 대중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입니다. 특히 2003/4년에 수립된 슈뢰더정부의 실업대책, 소위 ‘하르츠4(Hartz Ⅳ)’정책이 광범위한 대중적 반감을 촉발하여 그 대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하르츠4’란 관할관청에서 알선한 노동을 수행하는 조건으로 장기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 무의미하고 모욕적으로 느껴지는 여러 불안정/저임금노동을 강제적으로 수행하게 하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2004.3월 TV채널 ‘드라이자트(3Sat)’에서 하르츠정책을 비판하는 5부작 <하르츠-여행>을 방송하였는데 그중 다섯 번째 부는 ‘완전고용 대신 자유를’이라는 제목 아래 기본소득을 다루었습니다. 그후 여러 일간신문 및 월간지에서 기본소득을 다룬 기사 및 특집을 내보내었고 TV/라디오에서도 시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대중화에는 1,500개의 지점과 21,000명의 종업원, 년간 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dm이라는 잡화연쇄점의 소유주인 베르너(G.W.Werner)가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는 기본소득과 더불어 노동 유연화와 최저임금제 폐지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적 기본소득의 대표자로 공적연금, 실업수당 등 현금지급형 복지제도를 하나로 통합하여 매월 800유로(한화 약 120만원)을 우선 지급하고 장기적으로 매월 1,500유로(한화 약 230만원)까지 주장했습니다. 현재 해적당은 기본소득을 당령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기독교민주당, 사회민주당, 좌파당, 녹색당 등 기성정당에서도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스페인에서의 기본소득운동은 2001년 기본소득네트워크가 창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02년 카탈루냐녹색당과 카탈루냐공화주의좌파당이 ‘시민기본소득법률안’을 카탈루냐의회에 제출하여 심의하였고 2005년과 2007년에는 스페인의회에 기본소득법률안이 제출, 심의하였으나 통과되지는 못하였습니다. 이후 전세계를 뒤덮은 경제위기속에서 스페인은 실업률 21%를 기록하며 실업자 500만명을 양산하게 되었고, 집권당인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사파테로수상은 공공부문 임금 5% 삭감, 연금 동결, 임금협상 제약 등 가혹한 긴축프로그램을 실시하였습니다. 2011.5.15일 '분노한 사람들'이라 불린 시민 수십만명이 광장을 점령하여 '시민구조계획'을 발표하였는데 그 세 번째 조항에서 기본소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결성한 정당 '포데모스'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성정당들을 누르고 오는 11월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나미비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서북쪽에 위치한 나라로 인구는 2011년 현재 약 211만명이고, 2009년 1인당 국민소득은 4,267달러로 중하위소득국가로 분류되고 있으나 지니계수가 0.639로 남아프리카국가들 중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각하여 국민의 62%가 국제빈곤선의 일반적 기준인 하루 1달러 이하의 빈곤상태에 있습니다. 그러나 나미비아는 상대적이지만 사하라 이남지역의 다른 국가보다 복지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보편적이며 비기여의 노령연금, 장애연금, 원호보조금, 양육수당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특히 아동, 청소년, 여성 그리고 중장년층들에 대해서는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2001년 설립된 나미비아세금위원회(NAMTAX)는 극단적인 소득 격차와 심각한 빈곤 문제를 해소할 방안으로 기본소득을 처음 제안했고 2005년 나미비아루터교회의 사회발전국이 중심이 되어 시민사회의 다양한 조직들이 참여하는 기본소득연합이 결성되었습니다. 기본소득연합은 2006년 시범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준비과정을 거쳐 가장 낙후된 지역중 하나인 오트지베로-오미타라에 거주하는 60세 이하의 모든 거주자에게 2008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그 어떤 조건 없이 매달 100나미비아달러가 기본소득으로 지급되었습니다.

   기본소득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범프로젝트의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빈곤의 감소입니다. 극빈은 86%에서 68%로, 기아빈곤은 76%에서 37%로 감소했습니다. 둘째, 영양실조의 감소입니다. 5세 이하 어린이들의 영양실조는 42%에서 10%까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셋째, 교육문제입니다. 년간 50나미비아달러인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기본소득 지급이후 납부율이 90%까지 상승하였으며 이는 나미비아 평균이 60%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놀라운 결과입니다. 넷째 경제활동 문제입니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들고 그들을 노동시장으로부터 이탈하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60%였던 실업률이 45%로 감소했으며 고용률 또한 44%에서 55%로 증가하였습니다. 다섯째, 범죄문제입니다. 기본소득 도입 이후 범죄가 36.5% 감소하였는데 특히 자포자기적 삶과 연관된 범죄가 상당히 감소하였으며 이는 공동체의 일반적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시범프로젝트가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적 경쟁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서남아프리카인민당(SWAPO)이 2009년 총선에서 74.29%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집권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치지형의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기본소득의 전면적 도입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입니다.

   
   브라질
에서는 2001년 12월 에두아르두 수플리시 상원의원이 브라질인들과 최소 5년을 거주한 외국인들을 위한 시민기본소득법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이 법안은 2002년 상원과 2003년 하원을 통과하여 2004년 1월 8일 룰라대통령이 서명 공포하였습니다. 이 법률은 급여액의 수준 등 세부사항은 행정부에서 결정하는데 1인당 월 40레알의 낮은 수준의 지원에도 연간 총 900억레알이 소요되며 이는 저소득층 현금지원정책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있는 ‘볼싸 파밀리아’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예산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법안이 공포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으나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시행될 수 있습니다.

   연방정부차원에서만 기본소득의 성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중소도시와 산간 오지 등 지역차원에서도 기본소득의 도입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상파울루주의 소도시 산투안토니우두핀할에서는 2009년 11월 12일 ‘지역기본소득법’이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의회를 통과하였고, 브라질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산투안드레시에 속한 시골 마을인 콰팅가벨류에서는 2009년부터 비정부 시민단체인 ‘레씨비타스Recivitas'가 주민 1인당 매월 30레알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 언론기사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마을에서는 “집들의 보수가 이루어졌고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기본소득을 모아 자신들의 일터인 이웃 도시의 농장들로 이동할 수 있는 버스의 구매비용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이 사업 진행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서로를 돕게 됐다고 한다. 그들은 공동체의 문제들을 상의하면서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

   
   스위스
에서는 2013년 10월 4일 ‘기본소득을 위한 국민발의’가 12만6천명의 서명을 받아 정식으로 제출되었습니다. 여기에는 국가의 기본소득 보장 의무, 기본소득이 모든 시민이 건전하고 위엄있는 삶을 영위하는 데 기초가 된다는 취지, 기본소득의 수준과 재정 문제는 별도의 법으로 정한다는 원칙 등 크게 세 가지를 담았는데 2015년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으로 통과되면 헌법에 기본소득 조항이 신설됩니다. 기본소득 지급수준은 18세 이상 성인은 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청소년 및 노인은 약 4분의 1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스위스는 2012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7만8881달러이며 빈곤선은 2,378스위스프랑입니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Basic Income Earth Network(약칭 BIEN)는 1986년 창설(처음에는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의 이름으로 결성되었다가 명칭 변경함)되어 아르헨티나, 호주, 오스트리아, 브라질, 덴마크, 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 영국,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멕시코, 한국 등 총 1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하였습니다. 2년마다 한번씩 총회가 열리는데 제15차 총회가 201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제16차 총회는 2016년 우리나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은 2009년 창립되어 2010년 기본소득국제학술대회 개최, ‘기본소득서울선언’ 발표 및 BIEN 가입, 2012년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발족, 2014년 기본소득공동행동(주) 출범 등의 활동과 신문 및 잡지 기고, 팟캐스트 ‘새가 날아든다’ 고정 출연 등 기본소득을 우리나라에 널리 알리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는 2013년 창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네트워크로 현재 각종 단체의 초청강연 및 격주 세미나 개최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많은 부분은 박종철출판사의 기본소득총서 제3권 ‘기본소득운동의 세계적 현황과 전망’의 내용을 발췌 및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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